그린피스의 레인보우워리어호가 우리나라에 왔다.
이번 주말엔 인천항에서, 다음 주말엔 부산에서 오픈보트 행사를 한다.
여행이랑 딱 겹쳐서 못 간다. 몹시 아쉽다.
그린피스의 레인보우워리어호가 우리나라에 왔다.
이번 주말엔 인천항에서, 다음 주말엔 부산에서 오픈보트 행사를 한다.
여행이랑 딱 겹쳐서 못 간다. 몹시 아쉽다.
올해는 여름휴가 3일에 연차 이틀을 붙여서 일주일 휴가를 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 안 한다.
6-7일은 공지원이랑 여행 갔다 오고, 11-12일은 한국균학회에서 하는 균류(버섯)채집회에 간다.
남는 날 중에 하루는 엄마랑 완주에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원래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되게 많네.
공지원이랑은 영주에 가기로 했다.
영주는 중학교 때 엄마랑 한 번 가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땐 부석사랑 소수서원 갔다가 안동으로 넘어갔었다.
이번엔 영주에서 중부내륙순환열차를 타고 철암까지 갔다가
다시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타고 영주로 돌아와 무섬마을 초가집에서 자는 일정이다.
보통 영주에서 철암을 지나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열차들은 이미 매진이라 우리는 다시 영주로 되돌아오는 루트가 되었다.
조금 복잡해지긴 했지만, 내륙순환과 협곡열차 둘 다 타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서울로 올라올 때는 내륙순환열차 커플룸으로 예매. (일반석과 운임이 같다)
총 4번 기차를 탈 텐데, 열차 내부랑 좌석 컨셉이 다 다르다.
여행 준비 하면서 이렇게 뿌듯해 보기는 또 처음이네.
버섯채집회는 재작년부터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 올해 처음 신청했다.
혼자 갈 뻔 했는데 다행히 예전 직장 친구가 오케이 해서 둘이 간다.
'채집회'라니! 우스타 쿄스케 만화에 나올 법한 명칭이다.
그룹 별로 버섯을 채집하면 저녁에 버섯 박사님이 와서 이름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수련회나 여름 캠프 같은 건 질색이지만, 이건 버섯이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몹시 기대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나무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오늘 아침 무언가 불쑥 솟아 올랐지.
벌레도 아니고 풀도 아니야.
잘 봐,
여기 버섯이 있어!
집 앞에서 두 달째 공사를 하고 있다.
도로 포장 때문에 오늘 대문 앞에 임시로 깐 아스콘을 걷어 내야 했는데
엄마가 포크레인으로 긁으면 집이 울린다고 나갔다가 인부랑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말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상황이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새끼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내리치며 아줌마 어쩌고 소리를 질렀다.
안되겠다 싶어 뛰어나갔는데 엄마가 대문 안으로 들어와 나를 말렸다.
해코지 할까봐 무서우니 가만 있으라는 거였다.
결국 현장소장이 나와 다른 장비로 마무리를 시켰다.
나는 계단에 서서 그 개 같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울어서 눈이 빨개진 엄마를 보며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다.
곡괭이로 그 인부 새끼 머리를 박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죽이지도 못하면서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가 병신 같다.
나는 아마 소설을 쓰지 못할 것이다.
불특정다수의 인간, 정확하게는 '종(種)으로서의 인간'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혹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최근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도 무리다. 좋아하는 사람 곁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옳은 것 같다.
반대로 동물과 식물을 향한 측은지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요즘 내 마음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돌미나리에 미련이 남아 퇴근하고 또 텃밭에 갔다. 오늘은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갔다.
파주 텃밭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나 포함 다섯 명이 공동경작한다. 말은 거창하지만 별거 아니다.
다들 경험이 없어, 우르르 몰려가 오늘 뭐해야 돼? 서로 물어보다 끝나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은 작물은 여러 가지다.
감자, 고구마, 쌈채소, 토마토, 오이, 호박, 수세미, 부추, 파, 고추 등등.
작년에 이 밭에 깨를 심었어서 들깨는 거저 생겼다.
밭 구석구석에서 깻잎을 뜯을 수 있다.
오늘의 메인 노동은 감자잎에 붙은 벌레 죽이기였다.
노랗고 털이 숭숭 난 둥그스름한 애벌레인데 너무 징그럽다.
그리고 아무리 벌레라도 손으로 터트려 죽이는 건 내키지 않았다.
혼자 착한 척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벌레잡기를 포기하고, 감자를 수확해도 내 몫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1인 수확조가 되어 상추잎을 뜯었다.
빨리 다 뜯고 돌미나리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다.
돌미나리는 물길에 아무렇게나 자란 거라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겨우 쌈채소를 다 뜯고(내 몫은 아주 조금만 남기고) 돌미나리 밭으로 갈 수 있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지난주보다 더 싱싱하고 맛있어 보였다.
줄기를 똑똑 꺾을 때마다 미나리 냄새가 났다.
사실 나는 밭에 심은 작물보다 돌미나리가 더 좋다.
7시 10분쯤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만 혼자 남았다.
나물을 잘하는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오래 앉아 뜯고,
못하는 사람은 두리번거리면서 자꾸 돌아다닌다고 엄마가 그랬다.
괜히 멀쩡한 나물만 밟아 놓는다고.
돌미나리를 뜯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데
엄마는 그 얘기를 외할머니한테 들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더 있고 싶었지만, 해가 지려고 해서 그만 일어났다.
우리 밭에 남겨두었던 쌈채소 조금이랑 깻잎을 마저 뜯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장갑을 깜빡해서 손톱밑이 새까맣다.
채소를 쌀 때는 신문지가 최고!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을 한 지 오늘로 2주일.
예전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보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들이 많아졌다.
마을의 지형을 고를 수 있고 집 위치를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선택지가 많다 보니, 내가 고른 것보다 더 좋은 지형이 있을 것만 같은 의심이 생기는 거다.
결국 마을을 두 번이나 다시 만들었다가 세 번째에서야 제대로 풍년마을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물의 숲은 게임 속에서 현실과 똑같은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 점 때문에 게임 속 세계에 현실감이 생긴다.
나와 게임 캐릭터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실 이건 '공략'이 필요 없는 게임이다.
게임의 목적이 누군가를 구출하거나, 암살하거나, 보물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닷가 마을에서 동물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일상'을 구현하는 게임이고, 그러므로 결말도 없다.
물론 작은 미션들이 존재한다. 집을 늘려 짓거나 마을에 시설물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물의 숲에서 돈 벌기는 과일 따기 만큼이나 쉽다.
낚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나 채집한 곤충,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질을 가게에 팔면 된다.
심지어 나무를 흔들면 동전이 떨어지기도 한다. (바위를 쳐도 튀어나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도 게임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집을 늘려 짓기 싫으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면 된다. 사용자에게 권유를 할 뿐,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그게 동물의 숲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
이번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에서는 '남쪽섬'이 새로 생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는 마을과 달리 일년 내내 여름인 작은 섬이다.
이 섬에 가려면 돈을 조금 내고 배를 타면 된다. 갑돌이라는 거북이가 태워 준다.
그런데 갑돌이는 늘 이상한 노래를 하다가 중간에 두서없이 한 마디씩 던진다.
대부분 황당하게 웃긴데, 마지막 캡쳐의 저 말에는 조금 감동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