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에 해당되는 글 479건

  1. 2013.11.26 제목을 붙이기 어려운 일기 2
  2. 2013.11.25 조촐한 여름 버섯 6
  3. 2013.11.23 나의 7월 3
  4. 2013.11.20 안녕 파마 가을 논산 8
  5. 2013.11.19 두서없이 캡쳐 4
  6. 2013.11.14 그런 나에 대해 4
  7. 2013.11.10 낙서들 4
  8. 2013.11.09 똘이랑 같이 바다에 갔다 2
  9. 2013.11.07 내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0. 2013.10.31 이승욱, <포기하는 용기>

 

날씨가 엄청 추워졌다. 옥상에 물이 얼었다.
어제랑 엊그제 밤에는 우리 동네에도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내 방에는 창문이 두 개 있는데, 둘이 떨어지지 않고 'ㄱ' 자로 거의 맞닿은 모양이다.
창문 바로 아래에 침대가 있다. 누우면 머리 쪽도 창문, 오른팔 쪽도 창문이다.
보통때는 바람이 불어도 창문이 덜컹 하고 마는데
엊그제 밤에는 덜컹덜컹 들들들 챡챡 차장차장 난리도 아니었다.
창문이 깨질까봐 걱정한 건 삼십삼 년 만에 처음이다.
유리 파편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쇼크사 할까봐 잠이 안 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가 갑갑해서 내렸다가 또 올렸다가 했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잘까 생각했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기가 무서워서 관뒀다.
태풍이 와도 별일 없이 지나가는 동네에서 이게 어쩐 일인가 싶었다.
다행히 아침에는 바람이 잦아들었다.

화분들도 넘어가지 않았고, 슬리퍼도 방 문 앞에 그대로였다.  
그런데 앞집 옥상은 난리가 났다.
올 여름에 운동회 천막 같은 걸 세워놓고, 그 아래 탁구대를 놔 두었는데
천막 뼈대가 완전히 무너진 거다. 천막을 덮었던 방수포도 벗겨져 날아갔다.
그 방수포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서 주워 왔는지
녹색, 파란색, 주황색을 쥐대기로 싸매 놓아 보통 꼴보기 싫은 게 아니었다.
무너진 천막은 안됐지만 방수포가 사라지니 눈이 다 맑아진 기분이었다.
아래층에 내려가자마자 엄마한테 앞집 방수포가 날아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국수를 삶아 물김치에 말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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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여름 버섯

2013. 11. 25. 21:01 ** 내 몰스킨

 

 

올해 7월 심학산에서 채집한 버섯들. (DK 자연사 스타일로 찍어봄)

이대로 잘 말려서 표본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한날 채집한 버섯들을 쭉 늘어놓고, 버섯 이름이랑 학명을 조그맣게 캡션으로 달고,

어디서 발견했는지, 재밌는 일은 없었는지 옆 페이지에 상세하게 쓰고,

어떤 버섯이 어디에 많은지 버섯 지도도 그려서 넣고,

식용 버섯을 따서 맛있게 먹은 이야기도 하고,

버섯이 나고 자랐다가 늙어서 스러지는 과정도 보여주고,

아, 그리고 그 버섯이 몇 년 뒤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난 걸 봤다는 얘기도!

그런 버섯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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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7월

2013. 11. 23. 21:04 ** 내 몰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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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캡쳐

2013. 11. 19. 19:48 ** 내 몰스킨

 

오랜만에 책 주문
엄마가 좋아하는 시인이 시 해설집을 냈길래 선물하려고 샀다.
자급자족 농 길라잡이는 내가 볼 책. 자급농이 되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두유 부자
요즘 하루 한 끼는 이경제통곡물선식을 먹는다. 우유보다 두유에 타는 게 맛있다. 
편의점에서 2+1 행사하는 두유를 사다가 한 병은 마시고 나머지는 줄 세운다.

 

 

 

 

빌리고 예약하고
<달려라, 탁샘>은 아직도 다 못읽어서 또 빌렸다 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살 걸.
<현대카드>는 무슨 잘난척을 했나 궁금해서 빌리고, 나머지는 시골살이 관련.

 

 

 

 

절친1
며칠 전 윤쥬현이 뜬금없이 캡쳐해서 보내 준 거의 10년 전 메일.
이 두 개말고 더 있는데 그건 귀여운 척하는 말투가 도를 넘었기에 안 올림.

 

 

 

 

절친2
내 청춘의 행방에 대한 공지원의 대답은 엄청 사실적인데, 한편으론 시적이기도 하다.   
이후 대화는 같이 '섹스 앤 더 시티'나 다시 보자는 걸로 마무리.

 

 

 

 

피터래빗을 위한 당근
회사 텃밭 팀의 마지막 수확. 씨를 늦게 뿌려 자라다 말았다. (엄청 귀엽다) 
어디선가 피터래빗이 나타나 "수고했어요 여러분. 잘 먹을게요." 하고 가져갈 것만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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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 대해

2013. 11. 14. 22:04 ** 내 몰스킨


최근 팀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나는, 그에 걸맞게 일이 부쩍 줄었다.
기획하던 책은 내 손을 떠나고, 진행하던 책들은 편집 보조 수준으로 권한이 축소되었다.

 

팀 전체로는 이것저것 많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잉여 인력이 된 것 같아 비참한 기분이 든다.

 

'일을 맡을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 일을 줄 수 없다'는,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다.
'그래도 자꾸 해 봐야 늘 테니 기회를 달라'고 말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 자리에서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결론은 예상했던 대로 안된다는 거였다.
동료와 작가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편집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한 내가, 그런 나에 대해 일기를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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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들

2013. 11. 10. 16:18 ** 내 몰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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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가까운 곳에 산다.
채소는 텃밭에서 길러먹는다.
버섯을 채집하고 채집 일기를 쓴다.
마당쪽으로 스피커를 달아 아침에 음악을 듣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개와 고양이를 기른다.
간장이랑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근다.
밤이 되면 글을 쓴다.
생선이 먹고 싶으면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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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들여다보면 부모들이 자녀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모의 욕망은 아주 은밀하고 ‘평범’해서 그것이 나의 욕망인지 부모의 욕망인지 구분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타자의 욕망’과 ‘주체의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타자의 욕망은 실현해낼수록 소진되고 맥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남의 욕망을 내가 대신 이루었으니 힘이 빠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자신의 것인지, 타자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오인해서 실현시키려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많은 불행이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면 내 욕망의 주체를 알아야 합니다. 자기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구분해내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정말 알차게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니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이 다 다를 수 있는데, 우리 한국사회는 자기 기준에 의거한 성공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더 중시합니다.
욕망도 내 욕망이 아니고 성공의 잣대도 내 것이 아닌 사람에게, 성공이라는 것은 환상을 넘어 허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 성공하고자 한다면, 성공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확립하는 ‘성공’을 먼저 경험해야 합니다. 그 과정은 자신의 욕망을 면밀히 검토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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