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엄청 추워졌다. 옥상에 물이 얼었다.
어제랑 엊그제 밤에는 우리 동네에도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내 방에는 창문이 두 개 있는데, 둘이 떨어지지 않고 'ㄱ' 자로 거의 맞닿은 모양이다.
창문 바로 아래에 침대가 있다. 누우면 머리 쪽도 창문, 오른팔 쪽도 창문이다.
보통때는 바람이 불어도 창문이 덜컹 하고 마는데
엊그제 밤에는 덜컹덜컹 들들들 챡챡 차장차장 난리도 아니었다.
창문이 깨질까봐 걱정한 건 삼십삼 년 만에 처음이다.
유리 파편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쇼크사 할까봐 잠이 안 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가 갑갑해서 내렸다가 또 올렸다가 했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잘까 생각했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기가 무서워서 관뒀다.
태풍이 와도 별일 없이 지나가는 동네에서 이게 어쩐 일인가 싶었다.
다행히 아침에는 바람이 잦아들었다.
화분들도 넘어가지 않았고, 슬리퍼도 방 문 앞에 그대로였다.
그런데 앞집 옥상은 난리가 났다.
올 여름에 운동회 천막 같은 걸 세워놓고, 그 아래 탁구대를 놔 두었는데
천막 뼈대가 완전히 무너진 거다. 천막을 덮었던 방수포도 벗겨져 날아갔다.
그 방수포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서 주워 왔는지
녹색, 파란색, 주황색을 쥐대기로 싸매 놓아 보통 꼴보기 싫은 게 아니었다.
무너진 천막은 안됐지만 방수포가 사라지니 눈이 다 맑아진 기분이었다.
아래층에 내려가자마자 엄마한테 앞집 방수포가 날아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국수를 삶아 물김치에 말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