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밤중

2007. 11. 16. 10:02 ** 내 몰스킨

토드가 방문을 열어달라고 운다.
나는 방문을 여는 대신 손을 뻗어 녀석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토드는 내 손길보다 더 세게 자기 머리를 밀어 온다.
얼마나 단순하고 솔직한 애정 표현인가.
하지만 나는 게으른 주인.
빗질도, 화장실 청소도 띄엄띄엄이다.
역시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살 자격이 없는 여자인가?
토드는 나랑 지내서 행복할까?
대구의 고양이샵에서 지낼 때는 어땠니?
친구들이 많아서 심심하지 않았니? 사료는 먹을만 했어?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방문을 열어 주었다.
토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나간다.
깜깜한 옥상에서 사냥할 준비를 한다.
이제 겨울이라 네가 좋아하는 여치나 잠자리는 없어.
지금은 밤이라 까치도 널 상대해 주지 않을거야.
참새들도 다 자고 있어.
그러니까 대강 한바퀴 돌고 어서 들어와.
누나는 지금 얇은 잠옷만 있고 있어서 춥단 말이야.

어떻게 하면 니 털이 좀 덜 빠질까?
널 비닐랩으로 꽁꽁 싸둘까?
아니면 그리즐리 연어오일을 한번 먹어볼래?
털이 좀 덜 빠질수도 있대.
이 털뭉치 녀석아.
호랑이 처럼 걷는 작은 짐승아.
나는 지금 머리가 아주 복잡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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