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2013. 5. 19. 23:28 ** 내 몰스킨

 

심란한 주말이었다.

고양이를 보내고 나서 계속 우울했고, 오른쪽 윗 어금니가 아프다.

며칠 전부터 대문 열 때마다 삑삑 소리가 나서 오늘 기름칠을 하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대문이 아예 좀 내려 앉은 것 같았다.

하수도 공사하면서 포크레인이 치고 간 담벼락도 아직 해결 안됐는데 이번엔 또 대문이다.

집에 자꾸 손볼 데가 생기는 건 당연한 거다. 낡아가니까 고치며 살아야지.

내가 정말 참기 힘든 것은, 집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민해지는 엄마를 지켜보는 일이다.

나한테는 그게 더 스트레스다. 엄마의 짜증과 걱정을 받아주기 싫어서 자꾸 뒤로 빠지려고 한다.

그럴 때면 비겁하고 속 좁은 남자친구가 된 기분이 든다.

미안하면서도 괴로운, 잘못인 걸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부끄러운 마음.

아무튼 동네 하수도 공사가 끝나야 집 안과 밖이 평화로워지겠다.

6월엔 엄마 생일도 있으니 그전에 빨리 좀 끝나라.

올해는 생일선물도 일찌감치 사 놨는데 집 걱정 때문에 기쁨이 반감되면 큰일이라고!

아 하지만 사실 이것도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엄마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을 먼저 챙기는 게 아닌가.

문득 '나'를 빼고 상대방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있나 싶다.

쓰다 보니 엉뚱하게 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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