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오는데 엄청 가까운 데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 지하실 문 앞에 털이 새카맣게 더러워진 새끼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밤마다 크게 들려 신경 쓰였던 바로 그 소리, 그 고양이였다.
가까이 갔는데도 달아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어디가 아픈가 걱정이 됐지만 부러진 데는 없었다.
꼬리에 똥이 좀 묻어 있었는데, 병 때문이 아니라 너무 어려서 배변처리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았다.
급한대로 엄마한테 일단 씻겨 달라고 부탁해 놓고 오후에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태어난 지 한달쯤 된 수컷(으로 추정)이며 막 젖을 뗀 시기라고 했다.
길고양이들은 보통 새끼가 이만큼 자라면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엄마한테 버림 받았다기 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한 시기를 겪는 중이었던 거다.
내가 '이 상태에서 다시 밖으로 돌려보내면 혼자 살아갈 수 있나요?'라고 묻자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열 마리 중에 한두 마리가 살아 남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렇다면 일단 돌봐주는 게 맞다. 아기고양이용 사료랑 화장실 모래를 사왔다.
다행히 고양이는 아침보다 힘이 넘쳤다. 차 안에서 몇 번이나 박스를 뚫고 기어 나왔다.
그동안 내가 만난 고양이들은 병들었거나, 차에 치여 죽어 가거나, 이미 죽어 있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녀석이 찾아오는 날도 있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엄마가 동물 두 마리는 무리라고 강력하게 반대하여 결국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내일 강화도에 사는 엄마 친구네 집으로 간다. 섭섭하지만 고양이한테는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찻길에서 한참 떨어진, 산밑에 있는 마당 넓은 시골집이라 마음이 놓인다.
가서 마음대로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쥐도 잡아먹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밤에는 별도 보고 그렇게 살려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