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삶에 대해 믿음을 지닐 때는 삶의 리듬을 타고 있을 때다.
그 리듬이 깨졌을 때, 하지만 그래도 삶에 대해 무언가 믿고자 할 때
인간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자기 밖의 어떤 힘이다.

-강성원 평론집 <이미지의 꿈>

 

 

바닥을 친 몇 주일을 보내고 손톱만큼씩 괜찮아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질 때가 많았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한 번도 없었다.
내 생활을 관찰자 시점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에 틈이 조금 생기는 것 같다.
그 틈에 들어가서 살짝 쉰다. 

 

날씨가 정말 서늘해졌다. 이제 반팔은 못 입겠다.
오늘 아침에는 오 드 메르베이를 뿌렸다.
2006년 가을에 날마다 뿌리다 몇 년 동안 거의 손을 안 댄 향수다.
쓸쓸한 물약 냄새가 난다. 오늘 날씨랑 잘 어울린다.
나는 편집자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에는 조향사가 됐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문과였으니까 전공 공부 열심히 해서 프랑스 조향학교로 유학을 가는 거다.
내 의지만 있었으면 엄마 아빠가 아마 보내 줬을 텐데.
그때는 유학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너무 좁게 사는 것 같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휴가다.
엄마랑 1박으로 짧게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루트를 정하진 않았는데 화순은 꼭 들를 거다.
택배로 주문해 먹는 기정떡집이 화순에 있다. 가서 막 나온 떡을 사 먹어야지.
떡 생각을 하니까 복순도가 막걸리가 먹고 싶어졌다.
복순도가는 울산에 있는데 화순 찍고 가면 너무 멀겠지?
음 그래도 혹시 울산 가게 되면 경주 들러서 황남빵도 먹어야겠다.
1박이긴 하지만 집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면 가능한 일정일지도 모른다.
빨리 운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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