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었는데도 잠이 안 와서 휴대폰으로 일기를 쓴다.
이번 주 금요일은 회사 창립기념일이다. 올해 30주년이라 제주도에 간다.
공식 일정은 1박2일인데 나는 엄마를 불러서 사흘 더 있기로 했다.
여름휴가를 미리 쓰는 거다.
숙소는 예약했고(전에 아빠랑 셋이 같이 갔던 곳)
일정은 엄마가 가고 싶어 하는 곳들로 이리저리 짜맞추는 중이다.
엄마랑 같이 가는 여행은 98% 엄마 위주로 준비한다.
그래야 안 싸우고 결과적으로 내 마음이 평화롭다.
운동하는데 공지원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남자 문제다.
공지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경험이 떠오르고
뒤늦게, 나와 내가 좋아했던 남자를 객관화시켜 바라보게 된다.
'최고의 사랑'과 같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다 마음속에 구멍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베껴 쓴 수필 같은 생각을 해 본다.
내가 가진 구멍에는 동물을 한 마리 키웠으면 좋겠는데.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육상플라나리아?
자나방애벌레? 거위벌레? 구멍벌? 금색딱정벌레?
아직 파브르가 안 끝나서 곤충이 강세.
오늘 회사 앞 아울렛 나이키 매장에서 블랙 레이서백 브라탑을 살 뻔했다.
완전 섹시한 러너로 변신하리라 기대하고 입어 봤는데
캡이 없는 스포츠 브라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내 가슴이 사라져 버렸다.
가슴이 눌리며 민둥민둥해진 게, 마치 초등학교 씨름부 5학년 부주장 같은 느낌이랄까.
스포츠 브라탑은 C컵 이상을 위한 옷인 것 같다.
나는 내일 원더브라에 가서 패드가 제대로 들어간 까만색 브라나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팬티랑 세트로. 팬티는 햄라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