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 안에서 전화받고 있을 때 니가 혼자 논길을 왔다갔다 하면서 하얗고 큰 새들을 쳐다보다가 비 그친 땅이랑 산안개랑 아카시아가 섞인 냄새를 한참 맡다가 어느 틈에 바지를 걷고 냇가로 내려가서 올챙이를 잡다가 다시 올라와 떨어진 꽃가지를 주웠다가 더 멀리까지 어슬렁어슬렁 하는 걸 나는 다 보고 있었는데 자려고 누워서 그 장면을 떠올리니까 꼭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게 많이 아쉬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