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차로 50킬로미터를 달려 회사에 왔다.
집에는 늙어가는 엄마와 어린 강아지가 있다.
한 사람과 한 마리는 하루 종일 무얼 하며 지낼까.
심심할까. 쓸쓸할까. 쓸쓸해서 나를 기다릴까?
아니면 둘이 너무 재미있어서 내 생각할 새가 없을까.
아침에 자유로에서 크게 사고가 날 뻔 했다.
사람 일은 정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 비밀, 나만 아는 얘기들이 다 사라질 텐데.
하긴 사람이 죽는데 그깟 얘기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 블로그가 남아 이현주를 추리하는 단서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인터넷은 언제까지 있을까?
이메일, 블로그, 휴대전화 메시지가 삼십 년 뒤에도 쓰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남아 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고, 또 믿을 수 있지?
정말 위대한 발명품은 아이패드가 아니라 종이와 펜인지도 모른다.
전원을 켤 필요도, 충전기도, 동기화도 필요 없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읽고, 쓰고, 남길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그러나 '전기가 있는 세상'을 전제로 한다.
나는 그 안에서 행복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소중한,
어떤 전제도 필요로 하지 않는 완전한 가치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인간.
또는 인간과 인간 사이 어디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