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외로이 있는 한조각
어디든지 데려가 줄 누군가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네.
어느 날 꼭 맞는 것을 만났는데 데굴데굴 구르지 못하고,
굴러갈 만한 것은 도무지 맞지 않고,
어떤 것은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또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있었네.
어떤 것은 의자에 조각을 남겨 놓은 채 그대로 떠나버렸고,
어떤 날은 잃어버린 조각투성이인 것을 만나기도 했네.
이것 저것 너무 많이 가진 것은 그것으로 끝.
배고픔에 떠돌아 다니는 것들을 피해다니는 법도 알게 되었지.
만나는 것들은 점점 많아졌고,
때로는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는 것들도 있고,
바로 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있었네.
시선을 끌려고 예쁘게 장식을 해보았지만 헛된 짓이었네.
번쩍번쩍 과시도 해보았지만 소심한 것들은 놀라서 도망갔네.
그러던 어느 날 꼭 맞는 것이 나타났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꼭 맞던 조각이 점점 커지는 게 아닌가!
조각은 자꾸만 자꾸만 몸이 커져 갔네.
"네 몸이 커질 줄은 몰랐어."
"나도 몰랐어."
"안녕......"

그러던 어느 날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것을 만났네.
"내가 뭐 도울 일이 없니?"
조각이 묻자
"없는데."
"넌 누구니?"
"난 동그라미란다."
커다란 동그라미가 말했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여지껏 난 널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네 잃어버린 조각이 바로 나일지도 모르잖아."
"난 잃어버린 조각이 없단다. 네가 들어갈 자리가 전혀 없다구."
"그래? 난 너와 함께 굴러가고 싶었는데......"
"나하고 함께 갈 수는 없어도 너 혼자서 굴러갈 수는 있을 거야."
"나 혼자 말이야? 나 같은 조각은 혼자 굴러갈 수 없는걸."
"굴러가려고 생각이나 해봤니?"
"끝이 뾰족한데 굴러갈 수 있을까?"
"구르려고 애쓰다 보면 뾰족한 건 닳아서 모양이 변할 거야.
하여튼 난 가야하니까 나중에 만나자."
커다란 동그라미는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네.

다시 홀로 남은 한 조각
한참을 혼자서 그렇게 앉아 있었네.
이윽고 뾰족한 한쪽 끝을 땅에 대고 찬찬히 몸을 일으켰지.
그러다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네.
간신히 일어났다가는 기우뚱 다시 넘어지고,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 뒤에는 한발 한발 나아가기 시작했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뾰족한 끝이 닳아 없어지는 거야.
뒤뚱거리며 일어났다 다시 넘어지고 일어났다 넘어지길 수십 번.
모양이 점점 바뀌어갔네.
이젠 넘어지지 않고도 뒤뚱뒤뚱 굴러갈 수 있게 되었지.
뒤뚱뒤뚱하다가 펄쩍 뜀을 뛰기도 하고,
마침내 데굴데굴 보기 좋게 잘도 굴러갔네.
가는 곳이 어디이든 그게 무슨 문제이랴!
잠시도 쉬지 않고 자꾸만 굴러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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