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날마다

2011. 2. 7. 17:47 ** 내 몰스킨

아빠는 며칠 사이 아주 많이 나빠졌다.
심장에 물이 찼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 나는 상상할 수 없다.
병원에서 준 진통제는 지난 번에 한두번 먹고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아빠가 왜 진통제를 안 먹는지 모르겠다.
숨차, 아파, 어지러워. 숨차, 아파, 어지러워.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이 세 마디만 하는 것 같다. 

엄마가 임계점을 넘은 것 같아 불안하다.
하지만 엄마가 나한테 기대려고 하는 순간, 나는 달아나고 싶어진다.
히스테릭한 눈빛. 도움을 청하는 눈빛. 위로를 바라는 눈빛.
부담스럽다. 식구한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래도 말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아서 여기에 쓴다.

아빠가 내일모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날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툼은 일어난다. 
그럴 때면 꼭 미친 집구석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빠가 죽고 나면 좋았던 순간들만 떠오르겠지.
마음에 슬픔이 가득하다.

아빠한테 직접 영정 사진을 고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아빠를 더 많이 알고 싶다. 아빠가 나한테 무엇이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같이 연장통을 정리하고, 아빠가 만든 낚시대를 정식으로 물려받고 싶다.
내 이름을 붓펜으로 멋있게 써 달라고 하고 싶다.
나중에 내가 낳을 아이 이름을 미리 지어 달라고 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미래의 어떤 날들을 위해서
그게 뭐가 됐든 하나라도 더 악착같이 받고 싶다.

하지만 아빠한테는 말하지 못한다.
내가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빠를 좌절하게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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