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가지고 다니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출판단지에서 2200번을 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2호선을 타고 시청까지 와서
다시 1호선을 갈아타고 도봉역에서 내린다.
늦게까지 야근하는 날은 정릉까지 부장님 차를 얻어탄다.
정릉에서 우리 동네까지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미아에서 갈아 타야 한다.
늦은 시간인데도 버스 정류장에는 늘 사람이 많다.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나보다 더 멀리서 온 사람이 있을까?'
어쩐지 없을 것 같다.
도봉역에서 내리면 터덜터덜 걸어간다.
피곤해서 그렇게 걸을 수밖에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리를 지나 골목을 돌면
작은 사거리 코너에 우리 집이 보인다.
대문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만 귀찮아서 벨을 누를 때가 더 많다.
엄마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마당에 심은 능소화를 올려다본다.
대문이 열리면 탁탁탁 계단을 올라간다.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피곤해, 라고 말하면서 신발을 벗는다.
아빠의 기침소리가 들린다.
집에 다 왔다.
파주에서부터 몸을 싣고
나는 날마다 집으로 돌아온다.
멀리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