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사장님이 안 입는 옷을 한보따리 가져왔다.
니트, 티, 바지, 블라우스 할 거 없이 아주 그냥 이민 가방 2개는 나오겠더라.
나는 다시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장님 나이 50대 but 사이즈 44)
한 번밖에 안 입었다는 마크 제이콥스 코듀로이 자켓이랑 가죽 라이더 자켓,
바나나리퍼블릭 캐시미어 터틀넥, 모스키노 티셔츠, 그 밖에 비싼 원단들로 열네 벌을 챙겼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달치 월급은 나올듯.
사장님의 옷장대방출은 연례행사라고 한다.
집에 와서 줄줄이 비싼 옷들을 입어 보다 문득 드는 생각.
혹시 이게 일종의 상여금인가?
차라리 돈으로 주지.
아냐아냐,
그럼 절대 내 돈 주고 이 옷 못 샀다.
나는 보들보들한 캐시미어 터틀넥에 얼굴을 부비며
젠장, 부드러워.
아 젠장, 열라 부드러워!
좀 부조리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