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09. 1. 30. 15:24 ** 내 몰스킨


지난주부터 나는 온전히 집에 속해 있다.
해를 넘기면서 아빠는 눈에 띄게 기침이 늘었다. 피도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엄마는 무슨 만신인가한테 내 운세를 보면서 아빠 얘기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올해 4월이나 6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며 울면서 내 방으로 뛰어올라왔다.
나는 만신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작년 병원에서 진단한 1년 6개월이 끝나는 달이 바로 올 6월이라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엄마가 내 앞에서 울면 당황스럽다.
내 안에는 아주 객관적인 눈으로 식구를 지켜보는 내가 또 하나 있는 모양이다.
아빠는 낫지 않을 것이다. 아빠를 똑바로 보지 못하겠다.
엄마를 도와서 다음주에 아빠 생일상을 차리기로 했다.
몇 년만에 집에 큰 손님들이 온다.
귀찮다. 하지만 싫지는 않다. 해야 하는 일이다.

당분간 일은 알아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져 북에디터를 들락날락했다.
내가 나온 자리에 들어갈 새 편집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올 6월이 지나고 다시 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그때 내가 들어갈 출판사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자꾸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앞으로 이현주가
더 이상 경력 편집자 모집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가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
부끄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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