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그러니까 아무하고도 자고 싶지 않다

8yllihc 2013. 12. 24. 01:50


33세 여자가 삐뚤어지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먼저 "아 씨발 나 이제 삐뚤어질 거야!"라고 일기를 쓴 다음. 그리고?

성인 여자라면 역시 불륜인가?

전화번호부를 뒤져 적당한 상대를 찾아본다.

얼마 전 마누라가 친정 갔다며 술 먹자고 전화한 후배가 있었지.

나쁜 새끼.

결혼 날짜 받아 놓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자고 했던 선배도 있었다.

이기주의자. 재수없어.

마음으로 이미 너를 품었으니 우리의 섹스는 미래를 기약하자던 아저씨도 있다.

내가 왜 아저씨와 미래를 논해야 하나.

셋 중에 하나를 고르자면 후배가 가장 현실적이다.

술 마시자고 하면 득달같이 올 것이고, 방 잡고 먹자고 하면 좋다고 달려들 것이다.

섹스야 아무렇게나 하면 된다. 아무렇게나 막.

얼마나.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돌아오는 길이.

삐뚤어지는 방법이랍시고 떠오르는 게 왜 남의 남자랑 섹스하는 것밖에 없을까.

그 남자들은 내 쓸쓸함 같은 건 관심도 없을 테지.

무슨 생각으로 연락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한 번. 오랜만에 마누라 아닌 여자랑 자고 싶어서

기꺼이 술값을, 방값을 내는 것뿐이다.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걸까.

뭐긴 뭐야. 창녀가 된 기분이겠지.

아무 남자하고나 자고.

그러고 나면 그냥 죽어 버려야겠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