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밤
8yllihc
2013. 4. 18. 01:24
세 시간 야근하고 집에 오니 열한시다.
오며가며 <콘택트>를 읽고 있는데 이제 거의 막바지다.
칼 세이건은 과학자라 그런지 문장에 서정이 없다.
아니다. 멋대가리 없는 번역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다.
옮긴이의 말 첫 줄만 읽어봐도 장르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사이언스북스가 칼 세이건 타이틀 대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소설 판권은 좀 다른 데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시공 그리폰북스 시리즈나 현대문학 폴라북스나.
아니면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으로 옮겨 넣던지. 같은 민음사 계열이니까.
나온 지 10년이 지난 걸 감안하더라도 참 못만든 책이다.
갑자기 주변에 <유년기의 끝>을 읽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재작년 여름 출판단지 근처에 잠깐 생겼다 망한 카페가 있는데
거기 책꽂이에 유년기의 끝이 꽂혀 있었다.
엄청나게 반가워서 주인 아저씨한테 이 책 봤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면서 나한테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었느냐고 되물었더랬다.
진짜 좋아해요. 최고예요! 방방 뛰었지만, 그건 그거고 커피는 맛에 비해 너무 비쌌다.
가게 문을 닫은 건 당연한 수순으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문득 아쉬워진다.
유년기의 끝을 읽은 사람을 실제로 만난 건 그 아저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한밤중에 이런 걸로 쓸쓸함을 느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