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여행

8yllihc 2012. 9. 20. 20:00

 

여행하는 내내 운전을 했다.
먼 길을 오랫동안 운전하는 게 좋다. 그러려고 여행을 간다.
어디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는 고속도로는 있다.
45번 중부내륙. 그 다음이 37번 제2중부. 산을 뚫고 가는 길이 (안타깝지만) 조붓해서 좋다.
싫어하는 길은 뻥 뚫린 경부랑 서해안고속도로다.
이번에는 가는 길이 워낙 멀어 경부를 살짝 탈 수밖에 없었다.

화순-나주-영암을 들러 강진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해 순천-산청-창녕-다시 서울로 왔다.
이 절에서 저 절로, 산 넘어 암자로 쉬지 않고 달렸다.
집에 와서 키로수를 보니 1100km가 나왔다. 

기정떡도 사 먹고 우포늪도 들렀지만, 운전하면서 달린 길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르게 말하면 운전한 기억밖에 없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사진이 대신해 줄 것이다.

 

 

한선희 63세. 찍힐 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표정.

 

송광사 입구에 있는 장급 여관. 보는 순간 크레이지켄밴드의 '모텔 골든 드래곤'이 떠올랐다. 내가 완전 좋아하는 노랜데.

 

문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찰 앞 식당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극대화했으나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식욕이 떨어지는 간판.  

 

참배 시간보다 8분 일찍 도착했다. 엄마는 그냥 들어가자고 했으나 내가 우겨서 기다렸다 정시 입장.

 

꿈에서 본 것 같은 암자였다. 아빠가 같이 왔다면 분명 좋아했을 것이다. 참배객을 위한 방명록이 있길래 몇 자 적었다.

 

우포늪은 아빠가 낚시하러 다니던 포천 명산리 저수지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크기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고인 물 냄새가 닮았다.

 

큰 거미와 작은 거미가 엄마 자식 사이인지 부부인지 모르겠다. 도감에 암수 크기 차이가 나와 있을 텐데 찾아보기 귀찮아서.

 

엄마는 우포늪이 마음에 든다고 다른 계절에 또 오자고 했다. 우리는 두 시간쯤 돌아다녔는데 전체의 10분의 1도 못 보았다.

 

이현주 32세. 기정떡과 돼지고기 육포를 좋아하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