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사건사고 이현주

8yllihc 2012. 8. 4. 12:46


1.
덥다. 몹시 덥다. 이렇게 더울 수가.
에어컨 바람 쐬러 회사 가고 싶다. 농담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똘이 귀청소 해 주고
일본어 공부 하려고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일본어 빨리 끝내고 일을 좀 할 생각이다.
계속 외주로 돌리다 보니까 마음이 불안해서 교정지를 가져왔다.
내가 일정 조율을 제대로 못해서 마감이 늦어진 책이다.
그것 때문에 팀장한테 한소리 들었고, 어제는 또 다른 일로 두소리 들었다.
뭐 맥이 빠지거나 흥이 떨어지거나 이런 차원이 아니라,
아주 순수하게 '병신이 된 기분'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퇴근할 때 쯤에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다.

2.
지난 주말에 옥상에서 태닝하다가 배랑 가슴을 홀랑 데었다.
태닝오일이 다 떨어져서, 잠깐은 괜찮겠지 하고 드러누웠다가 당했다.
일주일 내내 화상연고를 바르고 다녔다.
전에 피지 갔을 때 덴 것보다 훨씬 더 심하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흉터 남을까봐 걱정이다.
윗배랑 가슴은 아직도 빨간데 그 상태에서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그냥 탄 부분이랑 덴 부분 색깔 차이도 완전 심하다.
쵸코우유랑 딸기우유 색깔만큼 다르다.
나 괜찮을까?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가슴이 얼룩진 여자라니. 글자만 봐도 성욕이 사라진다.
제발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

3.
아 그리고 지지난 주에는 주차 뺑소니(정확하게는 물피도주)를 당했다.
브레이크 등이 깨지고 뒷 범퍼가 우그러졌다.
경찰서 가서 사고접수 하고 진술서도 쓰고 방범 씨씨티비도 봤다.
화질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HD급인데, 이게 한 방향만 찍는 게 아니라
여덟 군데를 돌아가면서 찍는 카메라라 결국 범인은 못잡았다.
어이없게도, 깨진 차를 발견하고 열받아하는 내 모습은 찍혀 있었다.
타이밍이 맞아야 '찍힐 수 있는' 씨씨티비라니. 뭐가 이러냐.
하지만 한 가지 수확은 있었다. 방범 카메라의 사각이 어디인지 알게 된 것이다.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써먹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