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목요일
오늘은 일이 많았다.
오전 중에 시장조사보고서를 끝내야 했고, 저녁 때는 글작가와 계약 관련 미팅이 있었다.
다른 때는 시장조사 할 때 최소 일주일은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틀 만에 끝내야 했다.
정말 미친듯이 정리했지만 12시 전에 못 끝냈다.
오후 2시가 막 지났을 무렵, 팀장이 언제 다 되냐고 물었다.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어서 3시까지 끝나겠다고 대답하고 또 미친듯이 했다.
보통 나는 메모장에 텍스트를 쓰고, 나중에 보고서 양식(엑셀)에 붙여 넣는데
오늘은 마음이 급해서 그냥 막 엑셀에 바로바로 쳐넣었다.
정확하게 오후 2시 57분에 마지막 문장 마침표를 찍고 3부를 출력했다.
그리고 3시부터 팀회의를 했다. 보고서를 내고 나면 늘 걱정이 된다.
삽질했다거나, 불만족스럽다거나, 영혼이 없는 보고서라거나 하는 말을 들을까봐.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몹시 아프겠지만 이 표현 자체는 마음에 든다)
다행히 시장조사보고서에 대해 어떤 부정적인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복병은 다른 데 있었다.
팀장이 경쟁도서에 대한 생각을 말해 보라고 했는데 나랑 팀장의 생각이 완전 반대였다.
내가 장점이라고 말한 걸 팀장은 단점이라고 했다. 내가 본 단점도 마찬가지.
이럴 때 몹시 난감하다. 팀장이 절대적으로 맞는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맞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
나는 일단 내가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틀린 건 괜찮다.
다만 이런 문제들로 내 자질과 실력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회의가 끝나고 4시 30분부터 글작가를 만났다.
나는 오전에 보고서 쓰느라 진이 너무 빠져서 좀 멍한 상태였다.
계약 요점이랑 우리 편집 방향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는데 3% 정도 멍청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간단한 미팅이라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꼭 후회한다.
저녁을 겸한 약속이라, 자리를 옮겨 물회를 먹고 7시쯤 사무실로 돌아와서 퇴근했다.
집에 오는 길에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려서 지난주에 산 리스테린 쿨민트를 후레쉬버스터로 바꿨다.
그리고 8키로짜리 수박도 하나 샀다. 매대 한정 세일로 16900원짜리를 12000원에 샀다.
집 바로 앞에 자리가 없어서 10미터쯤 떨어진 경사진 곳에 주차를 했는데
수박 꺼내느라 차문이 닫히는 걸 미처 몰랐다. 문짝 모서리에 머리를 꽝 찍혔다.
아파서 욕이 저절로 나왔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운동 갔다 왔다.
샤워하고 나서 손톱이랑 발톱에 매니큐어도 발랐다. 검정 같은 남색이랑 그냥 투명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