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도가니
8yllihc
2011. 2. 25. 15:22
점심때 어른책 저자 선생님이 왔다.
내 담당은 아니지만, 편집부한테 밥을 (굳이) 사시겠다고 해서 얻어 먹었다.
홍파동에 있는 도가니집에 갔다.
"느끼한 거 먹으니까 소주도 한 잔 해야지."
하시며 처음처럼을 시켰는데 아줌마가 참이슬 오리지날을 가져왔다.
다시 바꿔다 주겠다는데, 뭐가 급하셨는지 선생님이 참이슬을 따 버렸다.
대학교 졸업하고 빨간 참이슬은 처음 마셨다.
나이 드신 분이라 그런지 잔이 꽉 차게 따라 주셨다.
꽉꽉 눌러 담은 참이슬 오리지날은 도저히 원샷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반잔씩 꺾어서 딱 세 잔을 마셨다.
대학교 1학년 개강총회때 소주 세 잔 마시고 기절 했었다.
그때 중국집 앞 평상에 앉아서 강성찬이랑 얘기했었는데...
그 중국집 이름이 뭐더라. 까먹었다.
나는 맥주를 좋아하고
고깃국물을 좋아하고
회를 좋아하고
곱창과 감자탕을 좋아하고
잠잘 곳에 까다롭고
성질이 포악하고
이기적이고
거짓말을 잘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섹스는 '남녀의 육체적 관계. 또는 그에 관련된 일'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안정효 <하얀 전쟁>의 한 구절이 실렸다.
"당신은 남들처럼 섹스에 몰두할 능력이 없나 봐요.
워낙 생각이 많아서인지, 인간의 동물성에는 충실하지 못한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닌데 예문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아, 엄마는 오늘 사진관에 영정 사진을 맡기러 갔다.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으로 하기로 했다.
아침에 내가 메모리 카드에 파일을 옮겨 주었다.
출근하면서 안방에 누워 있는 아빠한테 인사를 했는데
어제보다 몸이 더 작아 보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그랬다.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다가 나중에는 새처럼 가벼워졌다.
숨이 멎는 순간, 아빠는 어디로 가게 될까.
죽음을 다룬 그림책들이 왜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