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괜찮다고 말해요, 잘있다고 전해요
8yllihc
2010. 7. 7. 17:22
1
지난주에 회사 옥상 난간에 기대 있다가 전화기를 쥔 손을 놔 버렸다.
손을 논 것은 내 의지이지만,
사실은 아레나가 나 대신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4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도 배터리만 분리됐을 뿐 특별히 깨진 곳이 없었다.
전원도 들어왔다. 하지만 터치 인식은 전혀 하지 못했다.
전화를 받을 수도 없고, 걸 수도 없다.
새끼손톱만 한 외장 메모리도 어디로 튕겨 나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이랑 동영상을 모두 잃어버렸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혹시 메모리를 찾더라도 다시는 사진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괜찮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2
TV 광고를 보면서도 내가 갤럭시S를 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통신사를 바꾸지 않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레나보다 커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이것 저것 만지다 보니 세상과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지원한테 앞으로는 답장 바로바로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3
회사 사람들이 나를 걱정한다.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다.
자꾸 기대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엄마 아빠한테 미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