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월요일 화요일
8yllihc
2008. 4. 2. 01:38
동시에 일어나는 것
임신 테스터를 사면서 스폰지 밥 비타민을 사는 것.
임신이 아닌 걸 확인하는 순간 생리를 시작하는 것.
안심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것.
그래도 역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란히 걷는 것.
만약 그렇다면
미혼모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아이가 갖고 싶은 건 아니야.
흡입이든 적출이든 어떤 식으로도 몸에 손을 대고 싶지 않을 뿐.
내 몸도 안 상하고 아이도 세상을 보고, 이거야 말로 윈-윈 아니야?
나를 닮은 딸이라면 아빠가 없어도 별로 슬퍼하지 않을 거야.
<친애하는 아버님께>의 유키노처럼 아무에게도 애아빠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
별다른 이유는 없어. 시끄러워지는 게 싫을 뿐.
하지만 문제는
우리 엄마 아빠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것.
내가 시시때때로 말도 못하게 외로울 거라는 것.
앞으로 결혼은 커녕 제대로 연애하기도 힘들 거라는 것.
나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내 딸은 외할머니 손에 커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비밀의 애아빠에게 상당한 짐이 될거라는 것.
여기는 카쿠라자카의 요정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 힘든 일이야.
그래도 역시
나를 닮은 딸이라면 분명 엄청나게 귀여울 거라고 생각해.
얼굴은 어리고, 마음은 조숙하겠지. 무척 똘망똘망 할 거야.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똑같은 티셔츠를 사서 입을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다행이야. 잘 되었어.
사실은 이게 진짜 윈-윈-윈.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걸 실컷 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