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보도자료 쓰다가

8yllihc 2009. 8. 16. 23:54

보도자료를 쓰다 보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 '단어 선택'과 '수식 여부'이다.
비록 날라리였지만 나름 ㅂ리 출판사 출신인지라, 한자말을 되도록이면 안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말로 쉽게 쓸 수 있는데 굳이 한자 섞어 잘난척 하는 게 아니꼽기 때문이다.
물론 스터ㅍ 때는 그런 거 가려 쓸 여력이 없었지만, 출판사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나만의 규칙이다.
문제는 지금 주간님이 우리말 바로 쓰기에 큰 관심이 없으시다는 것이다.
내가 긴 문장으로 풀어 쓴 걸 한자말 한 단어로 간단하게 줄여 놓으실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열혈 우리말 살리기 운동가도 아니고, 아직은 힘 없는 편집자이니
주간님이 고치시면 군말없이 반영한다. (또 주간님 글발은 인정 안 할 수가 없음) 
석달쯤 지나고 나니 이제는 주간님의 문장 스타일을 얼추 파악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수정 안 될 단어들 위주로 보도자료를 쓰게 된다. 
아아 그러자면 내 규칙과 부딪치는 단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도 자꾸만 한자말이 편해지는 것이다.
이럼 안 되는데. 문장 수식도 마찬가지이다.
안 꾸미고 담백하게 쓰는 걸 좋아하는데 보도자료는 결국 포장이기 때문에
수식을 안 할 수가 없다.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도로는 써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장이 자꾸 길어진다. 한자말 수식도 척척 붙이고. 
내 안에 있는 글쓰기 필터가 점점 너그러워지고 있다!
출판사 마다 편집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는 것이 가장 먼저이지만,
내 문장까지 잃어 버리면 곤란하다.
지금까지 내가 써 온 문장들이 정말 '내 문장'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동안 들인 공이 있으니 잊으면 안 되잖아. 어쩐지 그렇다.
그러려면 사생활 포스팅을 꾸준히 해야 할 텐데 시간이 없으니 원.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