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빨강 심장

8yllihc 2008. 10. 19. 19:03



헌책방에서 '프로이드-꿈의 해석'을 샀다.
아마 2003년 요맘때쯤 김시훈이랑 헤어졌을텐데
그날, 헤어지자는 말이 오간 날 밤에 꾼 꿈을 아직도 기억한다.
누가 내 얼굴에 총을 쏴서 나는 얼굴 반쪽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거울이 없었는데도 내 망가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이마부터 눈 한짝, 코 반쪽이 다 떨어져 나간 게 꼭 B급 호러 영화 같았다.
아주 낯설고 무서웠다. 
그리고 총을 맞는 순간 '텅' 하고 온몸이 울린 충격이 아주 생생했다.
어제 헌책방에서 <꿈의 해석>을 샀을 때부터, 그 꿈 생각이 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생각했다.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이 아주 얇아진 기분이다.
곱창이나 순대나 뭐 그런 것들을 많이 먹고
'나는 얼굴이 날아가고도 살아남은 여자야!' 라고 자신감을 복돋우면
곧 두껍고 건강한 빨강 심장이 될 것이다.

세상에 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