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봉숭아 물을 들였다

8yllihc 2008. 9. 9. 11:15
















 


몇년 만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 처음이다.
산정호수 갔을 때 길에 봉숭아가 많이 있길래 꽃이랑 잎이랑 한 주먹 따 왔다.
봉숭아는 그늘에서 살짝 말렸다 찧는다. 그래야 물기가 말라서 색이 더 진하게 나온다고 한다.
백반 조금이랑 봉숭아를 다 찧고 나면 동그스름하게 빚어서 손톱 위에 얹는다.
면 헝겊 위에 까마중 잎을 올려 놓고, 그걸로 손끝을 싸서 꼼꼼하게 여미고 실로 동여맨다.
막 딴 까마중 잎은 봉숭아 찧은 게 빨리 마르지 않게 하고, 헝겊에 물이 드는 것도 막아 준다.
다른 잎으로 싸도 되는데 좀 큼직하고 두툼한 잎사귀여야 한다. 나는 으아리 잎으로 쌌다.
예전에는 집에 봉숭아 물 들이는 면 헝겊이 따로 있어서 해마다 그걸 썼다.
그런데 외할머니 돌아가실 때 다 정리해 버려서 새로 만들었다. 외할머니 헝겊이 좋았는데 아쉽다.
이러저러 해서 열 손가락을 다 싸매면 끝. 손가락이 거북해도 꾹 참고 아침까지 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