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몰스킨

가을 소풍

8yllihc 2007. 9. 10. 06:16

감기약 먹고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 있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단호박을 찌고, 메론을 잘라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물이랑 꿀이랑 땅콩버터랑 돗자리랑 여행용 베게랑 담요를 챙겨서 광릉에 갔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못참을만큼은 아니었다.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었다. 내 김치볶음밥은 나날이 맛있어지고 있다. 엄마는 누워서 삼림욕을 하고(아쉽게도 5월만큼 강력한 피톤치드는 없었지만) 나는 가져간 <도베 8월호>를 봤다. 키프로스랑 호주에 가고싶어 졌다. 땅콩버터를 조금씩 퍼먹으면서 도베를 봤는데 나중에 혀가 까끌까끌해졌다. 단호박에 꿀을 발라 먹었더니 괜찮아졌다. 누워서 <신곡>을 읽다가 영 집중이 안되서 관두고, 이번달에 쓸 기사랑 화보 고민을 했다. 모처럼 쉬는 주말인데 밖에 나와서 까지 일 생각을 해야 하다니! 갑자기 짜증이 났다. 시간은 착착 가고 마감은 어김없이 시작된다. 아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른은 일을 해야 한다. 심란한 기분으로 메론을 마저 먹고 일어났다. 그래도 즐거운 소풍이었다. 엄마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중에 오늘을 굉장히 그리워 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