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운전하는 게 좋다. 아직 면허를 딴지 1년도 되지 않았으니 누구나 이맘때는 운전대를 잡고 싶어 안달한다고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내가 어렸을 때 서울랜드에 카트를 운전할 수 있는 트랙이 있었다. 그랑프리 레이서였던가...? 정확한 이름은 잊었지만 그럴듯한 곡선 코스를 지닌 제법 긴 트랙이었다. 그리고 어린이용으로 나온 미니 카트는 범퍼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근사했다. 진짜 엑셀이 달려 있었다. 얼마나 진지한 마음으로 카트를 몰았는지 기억한다. 나는 내성적인 여자애였지만 내 코너링은 표를 받던 아르바이트생이 깜짝 놀랄만큼 과감했다. 아쉽게도 그 트랙은 얼마 못가 없어졌다. 지나치게 '밋밋한' 드라이빙에 아이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나는 음악도 없고, 장애물도 없으며 추월할 상대도 없다. (안전을 위해 앞 사람과의 출발시간이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만약 '뿡뿡' 거리며 바나나 껍질이라도 싸면서 달렸다면 좀 오래갔을지도 모르겠다. 맙소사. 그랬다면 난 절대 그 카트를 타지 않았을 거다.
커서도 운전하는 꿈을 자주 꿨다.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달리거나 슬슬 동네를 돌았다. '난 면허가 없지만 이것 봐. 운전할 수 있잖아!' 꿈을 꾸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면허를 딴건 꽤 늦었다. 우리집엔 차가 없었고 엄마아빠는 내게 차를 사 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면허를 따자 마자 차를 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실제로 차를 모는 건 정말 굉장하다. 카레이서가 되었어도 좋았을 걸 그랬다. 그럼 아마 서른이 되기 전에 트랙에서 죽었을 거다.